국내 뇌전증 전문의가 진료하고 있는 환자의 26.9%는 2가지 이상 약물로도 발작 조절이 안되는 '약물 난치성 환자'이며, 이들을 효과적으로 치료 관리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항경련제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근 대한뇌전증학회(이하 '학회') 약물위원회는 항경련제 처방 경험이 있는 국내 뇌전증 치료 전문가 1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대 뇌질환으로 꼽히는 '뇌전증'은 다양한 원인과 복합적인 발병 과정을 통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뇌전증의 주요 증상인 발작은 일시적으로 특정 뇌 부위의 뇌세포들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억제력이 약해져 균형이 깨지고 조절능력이 상실돼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국내 뇌전증 환자의 발병률과 유병률은 최근 8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다. 학회 역학위원회가 2009년부터 2017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발병률은 2009년 10만 명당 28.7명에서 2017년 10만 명당 35.4명으로 증가했고, 유병률은 2009년 1,000명 중 3.4명에서 2017년 1,000명 중 4.8명으로 늘어났다.
연령대별로 비교해보면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두드러지게 증가했고, 성별은 연령에 관계없이 여성보다 남성이 많았다.
문제는 뇌전증 환자 중 기존 약물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 비율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뇌전증은 일차적으로 약물 치료를 하는데, 환자에게 적합한 기전의 항경련제를 통해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2개 이상의 약물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중증 난치성 질환에 해당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하며, 국내 뇌전증 환자의 30% 가량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번 학회 약물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두 가지 약물로도 발작 조절에 실패한 환자의 비율이 진료 환자의 26.9%라고 응답해, 이미 알려진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 비율인 30%와 유사하게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발작 조절 실패의 원인으로는 '효과 부족(57.4%)', '이상반응(20.4%)', '순응도(18.6%)'를 꼽았는데, 특히 '약물의 효능 부족'에 대한 응답은 소속 병원의 유형, 임상 경험, 지역, 전문지식에 불문하고 일관되게 나타나, 항뇌전증 치료제 옵션 확대에 대한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를 보여줬다.
또한 5제 이상의 약제에도 발작 조절이 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환자들에게 약제 추가 시 우선시하는 요소로 응답자의 91.1%가 '작용 기전'을 1순위로 꼽았고, 참고자료로는 '전문가 의견', '임상 경험', '논문', '지침' 순으로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한 삼성서울병원 서대원 교수는 "조사에 참가한 전문가들의 절반 이상(54.5%)이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새로운 항경련제를 추가하면 발작 조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라며 "특히 전문가들은 5개 이상의 약물 복용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제를 추가할 때 약의 작용 기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했는데, 이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항경련제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학회가 발간한 임상뇌전증학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경련제는 ▲이온 통로를 억제하거나 차단해 신경세포의 흥분을 조절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강화 ▲흥분성 신경전달을 약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하는 등 네 가지 기전으로 분류된다.
특히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약물 선택에 더욱 섬세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은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미국신경과학회는 새롭게 진단받은 뇌전증 환자와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 대한 진료 지침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으며, 해당 지침에 따르면,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서의 항경련제의 선택은 발작과 증후군 유형, 환자 연령, 병용 약물, ASM(Anti-Seizure Medication) 내약성, 안전성 및 효능을 고려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 교수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경우, 복용 약제 개수가 많아질수록 부작용이나 순응도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많다"라며 "따라서 새로운 항경련제 옵션이 지속적으로 도입돼야 기존 약과 병용해 사용해보고, 효과가 있으면 복용 약제 개수를 줄이는 가능성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현재 급여 적용된 국내 항경련제는 18개 품목 정도 되지만, 환자별 약물 조합과 뇌전증의 약물 치료 경향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작용 기전의 폭은 넓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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