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백신’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정보가 홍수를 이루며 잘못된 정보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타임즈가 그간 총 16회에 걸쳐 진행해 온 ‘백신 이야기’는 이번 회를 통해 마무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기획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백신은 대부분 주사로 맞는다. 그만한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을 확실하게 주입할 수 있고, 피부에 주사 자국이 생기지만 회복되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백신을 개발하는 사람에게도 장점이 큰데, 일단 유효성분을 만들기만 하면 몸에 주입하는 방법(‘제형’이라고 한다)까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주사 때문에 생기는 단점도 적지 않은데, 첫째는 주사를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바늘 때문에 통증이 있을 수 있고, 과민반응 등을 일으키는 일도 있다. 피부에 상처를 내는 일이니 감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백신 접종으로 일생 작지 않은 크기의 흉터를 가지고 사는 사람을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주사는 사용이 까다롭다. 주사를 놓으려면 교육받은 전문 의료인력이 필요한데, 개발도상국은 그런 사람을 확보하는 것조차 문제가 된다. 만일 이번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처럼 질병의 대유행(팬데믹)이 일어나면 의료기반이 불확실한 국가는 주사가 백신 보급에 큰 걸림이 될 우려도 적지 않다.
‘코에 뿌리는 약’ 효과 얼마나 뛰어날까
그렇다면 주사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을까. 현재까지 실용화 사례가 있으며, 앞으로도 기대되는 것으로 ‘점막백신’이 있다. 점막백신은 비강백신, 그리고 드물게 먹는 약 형태인 경구백신 등으로 나뉜다. 비강백신은 말 그대로 콧속 점막, 즉 비강에 백신을 직접 뿌리는 방식이며, 경구백신의 경우 캡슐에 담은 백신성분이 위를 통과한 다음, 장 속 점막을 통해 흡수되면서 항체반응을 일으킨다. 점막백신은 소아마비를 유발하는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 예방을 목적으로 경구백신 형태로 처음 실용화됐다. 이후 비강 방식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몇 종류 등장한 바 있다.

소아마비 예방을 위해 의료진이 경구용 점막백신을 아이에게 먹이고 있다. ⓒUNICEF
점막을 이용한 약물을 투입 방법은 사실 그리 보기 드문 형태는 아니다. 리렌자 등 인플루엔자 치료제도 흡입기를 통해 들이마시면서 인후 및 폐점막을 통해 흡수된다. 현재 주목받는 건 비강백신이다. 주사 이외의 백신 접종방법 중에선 가장 널리 쓰일 것으로 보인다. 접종 편의성도 주사보다 높은 편이며, 피부에 상처를 내지 않고, 바늘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의료진도 더 안전하다.
의학적으로 비강백신이 주사 백신보다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은데, 호흡기 질환은 대부분 코나 목의 점막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이다. 점막면역을 얻게 되면 점막표면에 항원, 즉 병원체가 닿게 되면 그에 적합한 항체(secretory IgA)를 점막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다. 세포면역이 점막 부위에 더 집중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즉 백신을 접종하면 얻을 수 있는 ‘전신면역반응’에 더해 ‘점막면역반응’을 추가로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점막면역이 비강에 집중적으로 생기게 된다면, 주로 비강을 통해 감염되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비강백신은 약물의 흡수율이 아무래도 몸속으로 직접 주입하는 주사만 못하다는 점,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면역증강제 등을 함께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점막 면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비강백신은 연구개발 중인 것을 포함해 7개뿐인데, 6개가 바이러스벡터(아스트라제네카 또는 얀센 방식) 백신을 비강백신 형태로 만든 것이다. 영국, 미국, 홍콩 등이다. 나머지 하나는 쿠바에서 불활성화 백신 형태로 개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mRNA 백신(전령RNA 백신,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방식) 백신을 비강백신 형태로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가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비강백신을 3차 이후 접종이랄 수 있는 ‘부스터 샷’에 적용하면 한층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보고서를 이달 초 공개했다.
한편 비강백신과 유사하지만, 원리는 전혀 다른 것으로 ‘스프레이 방식’도 최근 화제다. 백신이라기보다는 예방 효과를 임시로 얻을 수 있는 보조제 같은 성격이다. 마치 비염환자들이 사용하는 콧속 스프레이처럼 생겼는데, 상비하고 다니다가 일정 시간마다 콧속에 수시로 뿌리면 효과가 뛰어나다. 즉 바이러스 침투를 차단하는 약물을 사용해 임시로 비강을 코팅하는 것이다.
성분은 바이러스 사멸 효과가 있는 약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리염, 질소산화물 등이 주성분으로, 여기에 각 사가 개발한 천연물질 등을 조합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빠르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어 각사에서 앞다퉈 제품을 개발하거나 내놓고 있다. 미국 샐바시온이 개발한 코빅실V는 바이러스의 99.99%를 사멸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예방 목적으로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 코빅실V
피부에 바르고, 파스로 붙이는 백신 나온다
비강백신과 다른 제형의 백신 역시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르는 백신이다. 화장품처럼 몸에 바르기만 하면 면역을 얻을 수 있는 형태다. 아직 상용화는 되지 않았지만, 관련 연구는 진행되고 있다. 2016년 한미 공동연구팀은 주사 대신 피부에 바르는 새로운 백신 기술을 개발한 바 있는데, 화장품 등에 주로 쓰는 ‘히알루론산’ 성분을 이용했다. 이 성분은 피부 세포 안에서 수용체에 의해 빠르게 전달되는 것이 특징이다. 백신의 주효 성분을 히알루론산에 결합해 몸속으로 침투되게 할 수 있다. 이 약을 피부에 바르고 빛을 쪼여주면 활성화되면서 몸속에 흡수된다.
이 밖에 패치(파스) 형태로 만든 백신도 등장하고 있는데, 이 경우는 주사를 맞지 않는다기보다, 주삿바늘이 너무나 가늘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마이크로니들’을 사용해 편리성을 높인 것이다. 가느다란 주삿바늘은 몸에 들어간 다음 혈액에 섞여 녹아 없어진다. ‘용해성 마이크로니들’이라고 부른다. 에이디엠바이오사이언스, 라파스 등의 국내 바이오벤처 등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백신 기업들과 공동으로 패치형 백신을 개발, 공급하기로 하고 협력약정을 체결하는 등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엔 크림형태의 백신을 이용해 면역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바르는 백신’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Unsplash
먹는 백신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먹는 백신도 기본은 점막백신이다. 장 점막에서 흡수되는 형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비강백신과 달리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직접적인 면역증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먹는 약이 가장 편리하고 유통 역시 편리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이스라엘 제약사 ‘오라메드’가 기본적인 연구를 마치고 지난 7월부터 임상을 신청했다. 코로나19용 백신은 아니지만, 국내 기업도 먹는 백신을 개발 중인 곳이 있다. ‘바이오리더스’는 경구용 점막백신 기반의 자궁경부전암 백신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HPV 바이러스 예방 백신을 먹는 약으로 만든 셈이다.
에드워드 제너의 첫 우두 접종 이후, 인류의 백신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약독화 백신을 넘어 불활성화 백신을 개발하고, 재조합백신을 지나 이제는 인간의 유전물질을 이용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백신 기술을 응용해 인간의 면역력을 극대화하는 ‘면역치료’ 기술은 난치병 극복의 새 희망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백신을 편리하게 접종할 수 있는 다양한 제형의 연구 역시 진행되면서 백신 접종의 편의성 역시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기승이라지만 인류는 백신 기술을 기반으로 이 미증유의 사태를 결국 넘어설 것이다. ‘과학이 승리한다(Science Will Win)’. 세계적 백신 기업 ‘화이자’가 본사 건물 주변에 내 걸었던 홍보 문구다.
(227)
https://ift.tt/3zFoggn
건강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백신, 꼭 주사로 맞아야 할까 – Sciencetimes - Science Time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