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중 이유 없이 눈가나 입가 떨림 증상을 경험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대부분 마그네슘이 부족하니 땅콩이나 호두 등 견과류를 먹거나, 스트레스 탓이니 푹 쉬면 된다는 말을 떠올린다.
잘못된 정보는 아니다. 실제로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눈떨림, 불면증, 신경 감각 이상, 눈부심, 피로, 탈모, 식욕 저하, 골밀도 감소, 발작, 간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눈가나 입가 등 얼굴 떨림은 피곤할 때 겪는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데도 별일 아니라고 치부하는 안일함이 자칫 질병을 키울 수 있다.
안면경련 증상은 방치하면 서서히 무서운 증상으로 발전한다. 눈 주변에서 시작돼 눈 아래가 떨리고 한족 눈이 저절로 감기기도 한다. 이후 입 주변으로 퍼져 한쪽 입술이 위로 딸려 올라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심하면 얼굴 모양이 비대칭으로 변할 수 있어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발생 이유는 뇌 속 혈관이 안면신경을 압박해서다. 주로 40~60대, 중년층이 겪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안면을 압박하는 혈관이 길어지고 두터워져서다.
하지만 최근 2030세대에서 안면경련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안면신경장애(질병코드 G51)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5년 기준 20대 18만2177명, 30대 28만6837명에서 2019년 기준 20대 21만2051명, 30대 30만8463명으로, 5년 사이 20대는 약 16%, 30대는 8% 증가했다.
2030세대가 사회적 불안, 취업, 스트레스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과다하게 받으면서 안면경련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스트레스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하고 건강을 챙기기 힘들어 이러한 위험에 더 노출되기 쉽다.
일례로 서울 양재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민희(33세) 씨는 최근 안면경련 진단을 받았다. 정 씨는 눈 떨림이 지속됐지만 연말 많은 업무를 소화하느라 잠을 많이 못 잔 탓이려니 가볍게 넘겨왔다. 그러다 주변에서 '왜 그렇게 얼굴을 찡그리고 다니냐'는 지적을 받고서야 심각성을 느꼈다. 견과류도 먹어보고 약국에서 고용량 마그네슘을 구입해 복용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던 정 씨는 얼굴 근육이 마비된 것처럼 뻐근해 오자 급히 병원을 찾았다. 결국 안면경련 진단을 받고 미세혈관 감압술을 받아야 했다.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 대표원장 신경외과 전문의는 "마그네슘 섭취와 함께 충분한 휴식 및 안정을 취해도 한 달 이상 떨림 증상이 멈추지 않는다면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원인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안면경련 증상을 방치하면 안면의 한쪽 근육과 반대편 근육이 비대칭으로 발달해 얼굴 모양도 비대칭으로 변할 수 있어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안면경련 예방법은 뭐가 있을까.
먼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좋다. 신체적 피로가 누적되지 않도록 하고 정신적인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유발인자를 조절하고 과음, 흡연, 카페인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좋다.
안면 근육 운동도 병행할 것을 추천한다. 윙크하기, 휘파람 불기, 껌씹기, 입 벌려 웃기, 눈 주위를 마사지하기 등이 있다.
치료법으로는 약물 치료와 보톡스 주사가 있다. 보톡스는 일시적 완화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완치는 어렵다. 부작용 우려도 있다. 수술은 안면 신경 혈관 압박을 풀어주는 미세혈관 감압술이 있다. 재발률이 10% 내외로 알려져 있다.
윤강준 대표원장은 "환자들 중 안면경련 수술은 '뇌수술'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수술을 주저하는 경우가 꽤 있지만, 경험이 풍부한 의사로부터 수술 받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에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에 치료받을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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