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가장 빨리 맞을 수 있는 백신을 맞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연구ㆍ분석하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 ‘어떤 제약사의 백신을 맞고 싶냐’고 물어보자 한 목소리로 이런 대답이 나왔다. 27일 SK그룹 산하 공익재단인 최종현학술원에서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자리에서였다. 중앙일보와 최종현학술원은 지난해 5월 1차 대유행이 진행될 당시 첫 토론회를 연 이후 이날까지 총 6차례의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최종현학술원 백신 관련 세미나
“백신 독점, 다자외교로 풀어야”
중앙일보·최종현학술원 공동주최 제6차 세미나
이날 세미나에서는 지난 1년 6개월간의 코로나19 전쟁에서 인류가 얻은 교훈을 짚어보고 백신의 중요성, 그리고 국산 백신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향후 백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선 일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백신을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 등 백신 접근성이 낮은 국가에 공평하게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볼라 70개월 걸렸는데 코로나 백신은 14개월만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역시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득 상위 27개국(인구로는 10.4%)이 전체 백신의 31.5%를 차지한다. 접종 속도도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보다 최대 30배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식재산권 해제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바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결국 백신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다자외교로 해결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러스 아킬레스건 찾아야 치료제 개발 가능”
실제 국산 백신 생산에 뛰어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재용 사장도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현재 합성 항원 기술에 기반을 둔 3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3개 중 가장 결과물이 좋은 것으로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 사장은 “SK가 백신 개발해도 늦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 세계 인구에게 접종하기엔 아직 백신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은 우수하지만, 콜드체인 문제가 있어 유통, 관리가 용이하지 않다”며 백신 개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도 국산 백신의 경쟁력과 관련해 “후발 주자이지만 일부는 독창적인 방법을 시도 중이기 때문에 성공한다면 전혀 다른 차원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안 교수는 국내 기업이 극복해야 할 문제로 ▶절대적 환자 수가 적어 임상 3상 경험이 없다는 점과 ▶감염병 대응 예산이 부족한 점을 들었다. 그는 “1년에 50조원을 국방비로 쓰지만 누구도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감염병 대응 예산도 같은 레벨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외에 성민기 세종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달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의 공기 감염을 인정했다며 지금의 방역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소독약을 실내에 뿌리는 것이 아닌 가능한 한 자주 창을 열어 환기해 바이러스 농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안전성 강조…“가장 빠른 백신 맞겠다”
모더나 창업주인 로버트 랭어 박사 밑에서 수학했던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는 mRNA 백신 부작용과 관련해 대부분 일반적인 면역 현상이지만 간혹 심각한 부작용으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에선 10만명당 1명, 모더나 백신에선 30만명당 1명 수준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폴리에틸렌 글리콜(polyethylene glycol, PEG) 성분이 실제 백신에 들어간 양은 매우 적어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공통질문으로 ‘어떤 제약사의 백신을 맞고 싶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RNA를 연구하는 김빛내리 교수는 “당연히 RNA로 만든 백신을 접종받고 싶지만, 아직 기회가 없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싶다고 답한 안재용 사장은 “사실 이미 AZ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외 교수들은 모두 백신의 종류에 상관없이 가장 빠르게 맞을 수 있는 백신을 맞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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