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눈앞의 사물을 인지하는 데 성공했다. 광유전학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효과를 본 사실상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망막색소변성증과 같은 난치성 질환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리란 기대를 모은다.
호세 사헬 미국 피츠버그대 안과학부 교수와 보톤드 로스카 스위스 바젤대 안과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 3명을 대상으로 광유전학 임상(1/2a)을 진행해 사물을 인지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빛과 유전학을 접목한 광유전학은 빛으로 단백질 기능을 제어하는 학문 분야다. 세포에 유전자를 삽입해 빛에 반응하면 신호 채널을 여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해 세포를 조절한다. 빛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해 신호를 주거나 거꾸로 신호를 내게 할 수 있다. 최근 동물실험에서 동물의 행동을 교정하거나 질환을 치료하는 데 많은 성과를 내며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질환이나 정서불안장애, 자폐 등 신경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연구팀은 광유전학을 퇴행성 질환 중 하나인 망막색소변성증에 적용하기로 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광수용체세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유전적 질병이다. 환자는 명암 정도만 겨우 구분하고 증상이 악화하면 실명한다. 임상시험에는 40년 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아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환자 등 3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붉은빛에 반응하는 광유전 센서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한 ‘크림슨R’을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은 후 이를 환자의 한쪽 눈에 주입했다. 바이러스가 크림슨R을 만드는 유전자를 광수용체세포에 전달하면 세포가 붉은빛을 인식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세포막에 배치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후 환자에게 외부 시각 자극을 붉은빛 신호로 바꿔 눈에 전달하는 고글을 씌워 물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임상에 참가한 환자 모두는 눈을 통해 노트가 책상의 오른쪽 혹은 왼쪽 위에 올려져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물체의 수를 세거나 물체에 손을 갖다 대 만지기도 했다. 노트 대신 지우개만한 크기의 작은 물체도 존재를 인식하고 손을 갖다 대는 데 성공했다.
붉은빛은 눈 자극이 덜하고 피부 치료에도 쓰이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은 만큼 향후 임상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구팀은 “광유전학 치료가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의 시각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명확한 검증을 위해서는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은 광유전학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실제 효과를 본 거의 최초의 사례다. 광유전학은 신경세포를 대상으로 해 뇌에 주로 적용하는 만큼 뇌를 다치게 할 요소가 많은 것이 단점이다. 뇌 내 특정 세포에 유전자를 전달해야 하고 이후 빛을 쪼이는 기기도 삽입해야 한다. 주로 쥐나 영장류를 대상으로 실험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으나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간의 끝단 신경에 속하는 눈에 광유전학을 적용해 효과를 봤다. 김정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뇌는 바이러스도 깊게 넣고 빛을 전달하는 장치도 심어야 하는 등 단서가 많다”며 “이번 기술은 뇌에 장비를 넣을 필요가 없고 바이러스도 눈 안쪽에 주입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광유전학은 동물에서는 행동을 조절하거나 자극을 조절하는 것이 검증됐다”며 “광유전학 분야에선 인간에게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 실험 동영상: https://youtu.be/qw9Kwi1juWA
https://youtu.be/QGt6Y8lt9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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