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사이언스 커뮤니케이션과 트리니티 칼리지가 공동 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모형도. © 로이터=뉴스1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종식이 늦어질수록 거듭된 변이체 발생으로 인해 이미 개발한 백신과 치료제가 점점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소멸되더라도 언제든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할 수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는 바이러스가 사람과 달리 돌연변이가 잘 생기는 유전물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인간이 언제나 창과 방패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언제든 변이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대응이 가능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0시 기준으로 국내서 확인된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사례는 총 10건이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대비 전파력이 1.7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 역시 전파력이 더 센 것으로 방역당국은 분석했다. 다만 치명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더 센지에 대해선 아직 연구결과가 없다.
이러한 변이는 사실 지난해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처음 알려지면서부터 꾸준히 발생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4월까지 S·V그룹(유형)이 다수 발견됐으나, 5월 이후 현재까지 GH그룹에 속하는 바이러스가 주로 검출되고 있다. 모두 같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이지만 여러 갈래로 유전형이 다른 종파가 생긴 셈이다.
이번에는 영국과 남아공에서 또 변이가 생겼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GR그룹에 속하지만 더 세부적으로 변이가 발생했다. 남아공발 바이러스는 국내 유행을 주도하는 GH그룹이지만 마찬가지로 세부적으로 염기서열 변이가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치명률을 증가시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사례는 공식화된 게 없다. 진화론을 따져보면, 바이러스의 가장 큰 목적은 치명률을 높이는 것보다 새로운 숙주에 잘 전파를 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변이 사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코로나19 유전자 특성상 불안감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메르스 즉각대응 태스크포스(전담조직) 팀장)는 "바이러스는 모든 게 가능하기 때문에 치명률을 높이는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서울역 앞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2021.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실제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대유행 상황을 보면 심각성이 더 와닿는다. 같은 독감 바이러스이지만 이전보다 치명률은 급증했다. 심각한 변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전세계 사망자는 약 20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치료제 '타미플루'와 백신까지 시중에 나오면서 독감은 현재 관리 가능한 감염병이 돼있다.
바이러스 변이가 쉬운 이유는 유전물질이 단일가닥으로 이뤄진 'RNA'이기 때문이다. 이 RNA가 문제인 원인은 쉽사리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는 사람의 유전물질 DNA보다 방어 성능이 떨어져서다.
DNA는 이중가닥 나선 구조여서 한쪽 가닥의 유전정보에 변이가 생겨도 다른 쪽 가닥의 정상 유전정보를 통해 복구될 수 있다. 하지만 외가닥 RNA는 변이가 생기면 그걸로 그만이다. 그렇게 변이가 일어난 RNA로부터 단백질이 합성되고, 바이러스 본체까지 만들어지면 결국 새로운 변이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현재보다 치명률이 더 높은 바이러스가 출몰할 수 있다. 특히 어렵게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했더라도 새 바이러스에 효력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나마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독감 바이러스보단 변이 복구작용이 조금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유전물질이 RNA인 이상 안심하기는 어렵다.
특히 비교적 변이가 덜 된 소변이(Antigenic drift)는 기존 백신과 치료제로도 약효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수준인 대변이(Antigenic shift)가 일어난다면 인류는 또 다른 위기를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언제든 바이러스 변이가 생기더라도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신약개발 플랫폼이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행히 세계 바이오업계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지난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우구르 사힌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듣지 않을 경우 "6주 내 필요한 만큼 백신을 수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감염병은 일회성이란 시각이 크다보니 큰 비용이 드는 치료제, 백신 개발을 소홀했던 면이 있을 수 있다"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뛰어들었고, 무엇보다 앞으로 변이 발생에도 대응할 수 있는 개발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산 백신도 올해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2월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해외 여러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이후 개발될 국산 백신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코로나19가 독감처럼 매년 유행 감염병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만큼, 한층 저렴하고 생산이 용이한 국산 백신의 수요가 커질 수 있어서다. 늦더라도 개발이 완료돼야 하는 이유다.
현재 국산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물질 'NBP2001(개발방식 : 단백질 재조합)'과 'GBP510(유전자 재조합)'에 대해 각각 임상1상과 임상1·2상을 진행 중이거나 곧 시행할 예정으로 올해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GBP510'은 앞서 국제민간기구인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로부터 임상1·2상 연구개발비 1000만달러를 지원받게 돼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또 제넥신과 국제백신연구소, 진원생명과학이 각각 DNA 백신 임상1·2상을 진행 중이고, 셀리드가 바이러스벡터 백신에 대해 임상1·2상을 하고 있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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