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흔히 처방되는 설사약이 뇌종양 중 가장 치료하기 힘든 교모세포종(glioblastoma)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매커니즘이 밝혀졌다. 단백질 합성을 담당하는 암세포 내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에 스트레스를 줘 자가포식(autophagy)을 유도하게 하는 것이 핵심인데 교모세포종뿐 아니라 비슷한 기전을 보이는 치매 등 다른 신경질환에도 응용될 가능성이 높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독일 괴테 프랑크푸르트대학교(Goethe University Frankfurt) 연구팀은 최근 지사제 ‘이모디움’(Imodium, 성분명 로페라마이드/loperamide)이 교모세포종 환자의 종양세포를 사멸하는 원리를 알아냈다. 연구팀은 2년 전 이모디움을 투여하면 교모세포종 종양세포가 사멸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바 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그 기전까지 알아낸 것이다.
‘자가포식’(autophagy)이란 세포의 자정 프로그램 중 하나로, 약하거나 제대로 기능을 하지않는 물질을 스스로 제거해 세포를 더 강하게 만드는 작용을 말한다. 체내에서 다양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생명체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필수적인 기전으로 세포들은 자체 노폐물, 퇴행성 단백질, 기능 저하 소기관(organelle) 등을 분해하고 재활용해 더욱 건강한 세포로 거듭난다.
암세포의 경우에도 시작 단계에서는 자가포식 현상이 암 발생을 억제하지만 일단 암이 진행되면 오히려 암의 성장을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몇몇 특정한 암세포는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자가포식 현상이 과도하게 일어나 세포 자체가 사멸하는데 교모세포종이 대표적인 경우다.
교모세포종(glioblastoma)
뇌와 척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경교세포에서 나타나는 암으로 전체 뇌종양의 약 12%에서 15%를 차지한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며 한 번 치료가 됐다고 해도 재발률이 높다. 뇌종양 중 가장 악성도가 높아 5년 생존율이 2%에 미치지 못하며 진단 후 10개월에서 15개월 사이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이 걸린 쥐에 이모디움을 투여한 뒤 전자현미경을 통해 세포 내 변화를 관찰했다.
관찰결과 세포 안에서 ‘ATF4’(활성전사인자4)가 더 많이 생산됐다. 활성전사인지란 유전자나 유전자 집합의 전사를 증가시키는 단백질로 ‘ATF4’는 교모세포종에서 자가포식 과정을 촉진한다.
시간이 지나자 과도한 자가포식 작용으로 소포체 막이 파괴됐으며 곧 세포 자체의 사멸로 이어졌다. 다른 정상세포에는 영향이 없었다.
연구팀은 “이번 관찰을 통해 ATF4 외에도 이모디움 유도 세포체 수용체인 RETREG1과 FAM134B가 세포 사멸을 매개하며, ‘TEX264’라는 물질은 주로 세포사멸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자가포식을 촉진하는 다른 물질의 존재를 알아낸 것도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스조어드 반 위크(Sjoerd van Wijk) 괴테 프랑크푸르트대학교 소아암연구소 교수는 “교모세포종은 어린이와 성인에게 매우 공격적이고 치명적인 암으로 화학요법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아 새로운 치료법이 시급히 요구돼 왔다”며 “이모디움은 이미 설사약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므로 인체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더욱 긍정적이다. 치매 등 다른 신경질환도 자가포식이 세포사멸로 이어지는 기전을 보인다. 이들 질병에 대한 응용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스조어드 교수는 그러면서 “남은 과제는 이모디움이 어떻게 혈관-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을 넘어 교모세포종 세포 안으로 투여되게 할것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나노기술(nano technology)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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