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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을 알면 백신이 보인다 -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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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백신’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고, 잘못된 정보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백신 이야기’를 총 15회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우리의 몸은 항상 건강하진 않다. 그 이유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간단하게 생각해 크게 세 종류다. 첫째는 외상, 즉 어딘가 다쳤을 때, 둘째는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인 ‘병원체’가 몸에 들어왔을 때, 셋째는 면역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을 때다. 병원체가 아닌 다른 물질에 반응하며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질환이나, 자신의 신체 기관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등이 꼽힌다. 외상을 입었을 때도 대량의 출혈이 있는 위급상황을 제외하면, 결국 감염을 잘 예방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예방 과정에서 우리 몸을 지키는 근간은 인체의 저항력, 즉 ‘면역’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백신 개발과 보급을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까닭 다름 아닌 ‘효과적인 면역체계’를 우리 몸에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우리 몸의 1차 방어선 ‘선천성 면역’

혈액 속 백혈구는 몸 속에 들어온 병원체를 잡아 먹는 일을 한다. 우리 몸의 대표적인 면역기능 중 하나다. ⓒ게티이미지

흔히 면역을 ‘몸속에서 병과 싸우는 기운’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확히 이야기하면, 면역이란 어떤 ‘힘’이라기 보다 결국 우리 몸이 감염과 싸우는 기본적인 기능을 뜻한다. 면역의 뜻을 좀 더 정확히 정의하면, 항원, 즉 몸 밖에서 들어온 미생물 또는 미생물이 만들어낸 부산물에 대응해 우리 몸속에서 다양한 대응을 모두 일컫는다. 따라서 특정한 약을 먹는다고 전체적인 면역기능이 좋아지는 경우는 있을 수 없으며, 다만 개개인의 건강상태 자체는 면역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생활 습관을 바르게 하고 균형 있는 식사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역은 다시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첫째는 자연면역이다. 선천성 면역이라고도 부른다. 병원체가 몸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또 들어오면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며 이를 몰아내려고 한다. 이런 기전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눈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입한다면 가장 먼저 눈물을 통과해야 하고, 코를 통해 들어오려면 콧속 점막을, 피부를 뚫고 들어 오려면 피부의 각질을, 내장기관을 통과하려면 소화액 등을 통과한 다음에야 우리 몸에 들어올 수 있다. 병원체를 씻어서 내기도 하고, 효소나 강력한 산 등으로 녹여 버리기도 한다. 이런 기본적인 기능도 모두 면역의 일종이다.
이런 1차 관문을 뚫고 몸속에 들어온 병원체는 몸속의 ‘경찰’이 잡아야 한다. 흔히 ‘백혈구는 세균을 잡아먹는다’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백혈구는 혈액 속에 있는 세포인데, 우리 몸의 유전정보와 비교해 이물질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감싸 잡아먹는다. 비슷한 것으로 ‘포식세포(탐식세포)’라는 것도 있는데, 몸 속 여러 조직 속에서 침입한 병원체를 잡아먹는다. 세포막이 안으로 접히면서 이물질을 세포 안으로 넣고 그 안에서 효소를 이용해 분해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까지는 백신을 맞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일어난다.
선천성 면역의 특징은 ‘기억세포’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천성 면역을 경찰의 수사활동과 비교하면, 순찰 도중에 발견된 범인을 우연히 잡을 뿐, 범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지 못하다. 즉 백혈구나 포식세포와 마주치지 않은 병원체는 우리 몸속 조직이나 세포에 달라붙어 자리를 잡고, 같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수를 늘려나가게 된다. 병원체가 1차 방어선을 뚫고 들어와 우리 몸에 자리를 잡은 상태, 즉 감염된 상태가 된다.

병원체에 대한 지명수배, ‘후천성 면역’

우리 몸은 이처럼 생전 처음 보는 질병과도 어느 정도 싸울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그 병에 걸린 적이 있는 경우, 그리고 백신을 맞아 그 병에 대한 정보를 몸에 학습시킨 경우는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리 몸은 병원체의 형태를 기억해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정보전달 체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감염이 되면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몸속에 자리잡은 병원체,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지명수배’를 걸게 된다. 몸에 들어온 병원체를 흔히 ‘항원’이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병원체가 가지고 있는 특정 모양의 단백질을 뜻한다. 이 항원에 반응해 우리 몸의 여러 가지 면역세포는 항원의 모양에 꼭 맞는 작은 물질을 만드는데, 이 작은 단백질조각 ‘항체’라고 부른다. 병원체에 붙여 두는 꼬리표, 즉 ‘지명수배 전단’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매우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가 관여한다. 서로 협력해 병원체가 몸속에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병원체에 항체를 붙여둔다. 백혈구나 포식세포는 이 항체를 따라 몸 곳곳에 숨어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찾아내 효과적으로 제거하게 된다.
이런식으로 병원체를 우리 몸에서 물리치고 난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점점 항체의 숫자는 줄어들지만, 면역세포 중 한 종류(B세포)가 항원의 형태를 기억하고 있으며, 몸속에 항체도 조금은 남겨 둔다. 나중에 같은 항원이 체내에 들어오면 언제든지 대응해 항체를 붙이는 한편, 즉시 새로운 항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대비하게 된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 항원을 기억하고 있는 면역세포(B세포)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므로 대응력이 점차 떨어질 수 있는데, 때에 따라서는 일생 면역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우리 몸이 기억을 통해 특정 병원체에 대한 면역기능을 극대화하는 과정을 ‘후천성 면역’이라고 하는데, 새롭게 면역기능을 얻어낸다고 해서 획득 면역, 또는 적응 면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백신이란 이 과정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사용하는 약품인 셈이다.

백신은 후천성 면역 획득이 목표

백신을 이용하면 백신에게 공격표지를 붙이는 ‘항체’를 형성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

이런 후천성 면역은 다시 능동면역과 수동면역, 두 가지로 구분한다. 능동면역이란 우리 몸 스스로 병원체와 싸워 후천성 면역을 획득한 경우로, 질병에 감염된 후 스스로 형성되어 획득한 경우가 여기 속한다. 보통 후천성 면역이라고 하면 능동면역을 생각하게 된다.
그 밖에 수동면역도 있는데, 항체 등의 면역물질을 다른 곳에서 만들어와 이용하는 방법으로, 예방보단 주로 치료 방법으로 쓰인다. 병에 걸렸던 환자의 혈액 성분 일부를 주사로 맞는 ‘혈장치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다만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자궁에서 면역을 획득한 경우도 수동면역인데, 이는 ‘자연수동면역’이라고 하여 별도로 구분한다.
백신의 경우도 우리 몸의 선천성 면역이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약해진 항체, 혹은 이미 죽어서 감염효과가 없는 항체물질, 그도 아니라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만든 항체 유사물질 등을 주사로 맞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 몸에서 능동면역을 획득하길 기대하는 방식이다.
모든 백신은 완전하지 않으며, 100% 예방이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병원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몸속의 정보전달체계가 아무리 잘 짜여 있어도 빈틈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독감이라고 부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백신의 경우 예방률이 2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만 우리 몸이 후천성 면역을 갖고 있으면, 병원체가 그 정보망을 피해 간신히 감염을 일으킨다 해도, 치료과정에서도 훨씬 몸이 빠르게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 병에 걸렸다고 해도 증세가 훨씬 가벼워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효과가 평균 50%만 있으면 백신으로 승인을 해 주고 있다.
주위에서 “백신을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렸다.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지만, 예방은 물론 증세경감 차원에서도 백신은 일단 맞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코로나19의 경우 현재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모더나’ 백신이 꼽히는데, 총 1만5,000명에게는 백신을 주사한 결과, 단 5명 만이 코로나에 감염됐으며, 중증으로 악화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백신이 아니라 맹물을 주사한 비교군의 경우 1만5,000명 중 90명이 감염됐다. 이를 비교하면 백신의 효과는 94.5%인 셈이다.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중 하나인 ‘화이자’ 백신도 예방률이 90% 정도로 비슷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예방률 70% 정도다. 모더나나 화이자에 비하면 효과가 떨어지지만, 이 역시 대다수의 바이러스 백신에 비하면 뛰어난 예방률이다.
이 밖에 간염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유행성출혈열, 헤르페스 등 매우 많은 질병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일어나는데, 일단 한 번 걸리면 완치가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백신은 개발된 경우는 많으니 가능하면 맞아 두는 것이 유리하다.

잘못된 면역기능, 알레르기와 자가면역질환

아토피성 피부염은 면역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생겨난 질환이다.ⓒ게티이미지

면역이 꼭 우리 몸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른바 ‘면역질환’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레르기다. 예를 들어 꽃가루는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이런 것이 눈이나 코로 조금 들어오더라도 보통사람은 별문제 없이 살아간다. 그런데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사람은 눈이나 코가 가렵고, 눈물이나 콧물이 나고, 피부 가려움, 발진, 재채기 등의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병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먼지 진드기와 그 배설물, 동물 비듬, 꽃가루, 곰팡이 등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항원으로 인식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은 대응해서 항체를 만들고, 면역세포가 달려들어 공격하면서 염증 등의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알레르기 반응은 일어나는 장소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데, 기관지에서 일어나 계속 기침을 하게 만들면 ‘천식’, 피부에서 계속 반응을 일으켜 가려움증과 염증 등을 일으키면 ‘아토피’, 콧물, 재채기 등을 일으키면 ‘비염’이라고 부른다. 인체 내에서 반응하는 곳을 옮겨 다니기도 한다. ‘아토피가 있던 사람이 어느 날 천식이나 비염 등으로 증상이 바뀌어 나타나는 경우다.
이 밖에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것도 있는데, 알레르기는 병원체가 아닌 물질을 항원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면, 자가면역질환은 내 몸속에 있는 ‘조직’을 항원으로 인식한다.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나타날 수 있는데, 갑상선, 췌장, 부신 등의 내분비기관, 심지어 적혈구에도 면역반응을 나타낸다. 류머티스 관절염, 크론병(장기에 염증이 생기는 병), 제1형(소아) 당뇨병, 갑상샘저하증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이런 면역 이상으로 생긴다.
이처럼 면역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강력한 방어체계지만, 현대에는 도리어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건, 혹은 잘못된 면역체계를 바로 잡기 위해서건, 면역은 생명과학과 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가장 주목받는 분야라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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