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섬유화 진단 마커 및 치료 표적으로서 PDCD5 제시
[바이오타임즈] 경과가 좋지 않고 치료법이 없는 난치질환 중 하나인 ‘특발성 폐 섬유화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적 단백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되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윤호근, 손명현 교수(연세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특발성 폐 섬유화증 환자의 클럽 세포에서 세포사멸 유도 단백질 5(이하 PDCD5)이 많아지면 섬유화 유발 단백질들이 과다 분비되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장기는 조직 손상 후 염증 및 치유 과정을 거치는데, 지속적인 손상이나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 조직이 섬유화를 일으키게 된다. 특발성 폐 섬유화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은 폐에서 대표적으로 섬유화를 일으키는 질병으로, 주로 50~70세에 발병해 5년 후 생존율이 20~30% 수준으로 아주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특발성 폐 섬유화증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치료를 위해서는 호르몬 약물과 면역억제제 처방을 병행하지만, 부작용과 재발이 빈번히 일어난다. 폐 이식 이외에는 확실한 치료 방법이 없어 신규 치료법의 개발 필요성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 클럽세포에서 PDCD5가 많아지면 섬유아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해 폐 섬유화 진행
연구팀은 DNA 손상으로 증가해 암세포 사멸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세포사멸 유도 단백질 5(이하 PDCD5)에 주목했다. PDCD5(Programmed Cell Death 5)는 p53을 활성화하여 세포사멸을 일으키는 단백질로서 종양 억제자로 알려져 있다. 이 단백질은 다양한 단백질과 결합하여 세포신호전달에 관여함으로써 염증 및 세포주기, 면역 등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재까지 섬유화에서는 그 기능이 알려진 바 없다.
연구팀은 특발성 폐 섬유화 환자와 생쥐모델에서 폐 섬유화 유도 시 PDCD5의 발현이 증가해 있음을 발견했다. 폐 섬유화에서의 PDCD5의 기능을 규명하기 위하여 폐 상피세포 특이적 유전자 결손 생쥐(Knock-out mice)를 제작하고 동물모델에서 그 기전을 밝혔다.
연구팀은 클럽 세포에서 PDCD5가 많아지면 섬유화 유발 분비인자(Matricellular protein)가 세포외기질로 많이 분비되고, 이것이 섬유아세포를 자극하여 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진행되는 것을 알아냈다.
클럽세포(Club Cell)란 폐의 상피세포 중 하나로 주로 세기관지에 분포한다. 분비 단백질을 발현하여 유해한 산물들로부터 폐를 보호하고, 전구체 세포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지만 폐 섬유화에서의 기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섬유화 과정은 콜라젠 같은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이 조직에 과다하게 축적, 정상 구조를 파괴하면서 진행된다. 클럽 세포에서 PDCD5가 과다해질 경우 섬유화 유발 분비인자를 조절하는 상위인자인 TGFβ에 의한 정상적인 신호를 왜곡해 세포외기질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일련의 과정을 밝혀냈다.
실제 클럽 세포에서 PDCD5 단백질이 생성되지 않도록 만든 유전자 결손 생쥐모델에 섬유화를 유도하는 화합물(Bleomycin)을 주입했을 때 PDCD5 유전자를 가진 생쥐에 비해 폐 섬유화가 덜했고 생존율도 높았다.
하지만 대조군으로 다른 폐 상피세포(AT2)에서 PDCD5를 없앤 경우에는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음을 통해 클럽 세포에서의 PDCD5가 폐 섬유화에 결정적임을 확인했다.
섬유화에서 핵심적인 TGF-β 신호는 Smad와 β-cateinin을 통하여 타깃 유전자를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다. PDCD5는 TGF-β에 의한 p38/MAPK 신호전달을 받아 빠르게 인산화 및 안정화되고, 핵 내로 이동하여 Smad3 및 β-cateinin과 단백질 복합체를 이루어 섬유화 유발 분비인자들의 유전자 전사를 활성화하는 것을 밝혔다.
◇ DCD5의 선택적 저해 통해 폐 섬유화 치료 실마리 제시
이번 연구는 폐 섬유화 유발 시 클럽 세포에서 증가된 클럽 세포 내 PDCD5가 섬유화를 유도하는 Matricellular 유전자들의 발현과 분비를 증가시킴으로 섬유화를 주도하는 섬유아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기전을 명확히 규명했다. 따라서 향후 PDCD5의 선택적 저해를 통한 폐 섬유화 치료 전략의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폐 섬유화증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고, 이 단백질을 억제하는 방식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 연구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호근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폐 섬유화 유발 시 폐 상피세포 중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던 클럽 세포의 역할을 최초로 규명했으며, 특발성 폐 섬유화 환자 및 폐 섬유화 동물모델에서 클럽 세포 특이적 PDCD5의 증가를 발견하여 진단 마커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라며 “폐 섬유화에서 PDCD5에 의한 섬유화 유발 분자기전을 규명하여 향후 폐 섬유화 치료표적으로서 PDCD5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윤 교수는 “PDCD5는 혈청, 기관지 세척액 등 세포외액에서도 발현되는 단백질로 ELISA 등을 이용해 검출할 수 있어 진단 마커로 개발할 수 있다. 폐 섬유화에서의 표적 타당성은 충분히 검증했기 때문에 향후 이것을 표적으로 하는 항체치료제 개발의 과제를 가지고 있다”라며 “앞으로 폐 섬유화, 나아가 타 장기의 섬유화 질환에 있어 신규 분자타깃을 발굴하고 기전을 규명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섬유화 질환에서 발굴된 신규 후보물질을 이용한 치료제 개발이 목표”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 지원 사업 및 중견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5월 19일 게재(온라인판)되었다.
[바이오타임즈=김수진 기자] sjkimcap@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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