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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대개 땅 위에 산다. 이렇게 땅에서 살던 동물이 바다속의 삶으로 진화한 것은 역사적으로 적어도 두 번은 일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바로, 고래목(Cetacea)과 바다소목(Sirenia)에게서다. 고래목에는 우리가 익히 알듯이 고래와 돌고래 같은 것들이 포함되고, 바다소목에는 듀공이나 매너티가 속한다. 고래들은 절반은 물속에서 절반은 땅에서 사는 하마에게 계통발생학상 가장 가깝고, 듀공과 매너티는 코끼리에게 가장 가깝다.
고래는 바닷속에 어떻게 적응했을까
모든 생물이 물에서 왔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들 몇 포유류는 다시 물로 돌아갔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다시 바다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거의 모든 장기가 진화해야 한다. 고래류의 경우 바다속에서 움직이는데 적응하기 위해 앞다리는 지느러미발이 되고 뒷다리는 사라지게 되었다. 시각이나 후각 기능도 크게 쇠퇴했다. 이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피부의 경우에도 물리적, 온도적인 변화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히 두꺼울 뿐 아니라 그 세포도 계속해서 재생하도록 변화했다.
최근 ‘커런트 바이올로지’지에 발표된 연구는 고래와 하마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이들에게 피부와 관련된 유전적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밝히고, 이것이 각자의 진화 과정에서 생긴 변화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슷하지만 다른 고래와 하마
고래류의 피부는, 일부 종의 머리에 수염이 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털이나 땀샘, 피지샘이 없다는 특징을 갖는다. 하마 역시 두꺼운 피부를 갖고 있는데, 고래류와는 달리 털가죽 위로 드문드문 털이 나있고 땀샘이 있다. 낮 동안은 물속에서 지내다 해가 질 즈음 땅으로 올라와 풀을 뜯으며 지내는 하마는 물속에서 분만하고 젖을 먹이며, 물속에서 소리를 듣고 그 방향을 감지하는 등 고래류와 공통적으로 물속의 생활에 적응한 흔적이 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공통 조상이 하마와 마찬가지로 반수성(半水性, semiaquatic)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고래류와 하마에게는 공통적으로 피부상의 진화가 있었을 것으로 연구진은 가정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큰돌고래(Tursiops truncatus)와 귀신고래(Eschrichtius robustus), 두 종의 고래류와 우리가 아는 하마와 피그미 하마(Choeropsis liberiensis)로 불리는 근연종을 포함한 하마과의 두 종의 피부 조직을 비교하는 한편, 이들의 유전체를 비교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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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의 피부가 더 두꺼워
먼저, 이들의 피부 조직을 인간을 포함한 여러 육지 포유류의 피부 조직과 비교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고래류와 하마과의 종들의 피부는 매우 두껍고 피지선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피부층의 구조에서는 고래류와 하마과 종들 사이의 차이도 볼 수 있었는데, 고래류의 피부는 훨씬 두꺼울 뿐 아니라 얼굴에서 꼬리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피부층이 두꺼운데 비해, 하마들은 얼굴 피부는 두껍지만, 꼬리와 귀의 피부는 얇아 몸의 부위별로 달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한편, 고래류와 하마의 유전체를 63종의 다른 포유류의 유전체와 비교해, 연구진은 고래류와 하마에게 불활성화된 유전자들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하마와 큰 돌고래에 더해 북부 밍크고래(Balaenoptera acutorostrata), 향유고래(Physeter macrocephalus), 범고래(Orcinus orca)의 유전체가 포함되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고래류와 하마에게서 불활성화되거나 완전히 사라진 유전자를 38개 확인했는데, 이 중 아홉 개의 유전자들이 피부, 혹은 땀샘이나 모근과 같은 피부 부속기관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ALOX15, AWAT1, KPRP, KRT2와 같은 유전자들이다. 이 외에, 연구진은 고래류에서만 불활성화되었고 인간에게서 땀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ABCC11도 확인했다.
고래와 하마의 피부 특징은 공통조상에게서 온 것 아니야
연구진은 고래류와 하마에게서 공통적으로 불활성화된 피부 관련 유전자들이 같은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졌는지 확인했다. 이는 이 종들의 공통 조상에게서 피부 관련한 진화가 일어났던 것인지를 알기 위한 것인데, 분석 결과 이들은 각각 다른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유전자 불활성화가 생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유전자들의 어느 시점에서 각각 불활성화되었는지 알기 위해, 연구진은 모델링을 이용했다. 그 결과, 하마과에게서는 대략 3천7백만 년 전쯤에, 고래류에서는 4천9백만 년 전쯤에 이 같은 유전적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예측했다. 불활성화된 유전자들을 피부, 모근, 땀샘 등으로 나눠 분석하면, 각각 그 유전적 변화의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것을, 고래류와 하마과는 각각 유전적 변화를 거쳐 물속에서의 생활에 적응해 갔으며, 그 변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것은 물에서 나와 땅 위에서 적응했던 포유류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진화하면서 일어난 변화를 피부 조직학적으로, 유전학적으로 탐구한 연구로서, 거시적으로 드러나는 진화적 특징과 연관되어 있는 미시적 변화들을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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